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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속 심리학

혹시 나도? 불안장애 자가진단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

by wonloot 2025. 4. 1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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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마다 잠들기 전,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.
내일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손끝이 차가워지고,
실수에 대한 걱정은 며칠 전 일까지 끌어와서
마치 오늘 무언가 망친 것처럼 내내 죄책감이 따라붙었다.

하루 이틀 그런 게 아니었다.
일상이 걱정으로 시작해서 걱정으로 끝났고,
모든 가능성 중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먼저 상상하며
혼자 온갖 대비책을 떠올리는 게 습관처럼 굳어 있었다.

“나만 그런 걸까?”
“혹시 이게 불안장애인가?”

그때부터 ‘불안장애 자가진단’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.


✅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, 기준이 있다

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불안을 경험한다.
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거나, 발표 전 떨리는 것처럼 말이다.
하지만 일상 전반을 지배할 만큼 지속적이고 강한 불안이 이어진다면
그건 단순한 긴장을 넘어 ‘불안장애’로 볼 수 있다.

불안장애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예시:

  •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든다
  • 걱정이 멈추지 않아 일상에 집중이 어렵다
  •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상상을 반복한다
  •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쁘다
  • 늘 피곤하고, 긴장된 상태가 지속된다
  • 소화불량, 두통, 근육 뻣뻣함 등의 신체 증상이 있다
  • 사소한 일도 지나치게 걱정하게 된다
  • ‘이대로 가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’는 막연한 불안이 있다

위 항목 중 4개 이상에 해당된다면
전문적인 상담이 권장된다.
이건 어디까지나 ‘자가진단’일 뿐,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와의 만남에서 이루어진다.


✅ 나는 몇 개나 해당됐을까?

놀랍게도 나는 거의 모든 항목에 해당했다.
특히 ‘걱정을 멈출 수 없다’는 부분이 가장 찔렸다.
하루에도 수십 번, “이거 망하면 어쩌지?”,
“혹시 내가 실수했나?”, “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까?”
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.

가장 힘들었던 건 이유 없는 불안이었다.
‘불안할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러지?’라고 나 자신을 비난하다 보니
불안 자체보다 자책이 더 고통스러웠다.
그럴수록 더 위축되고, 사람들과의 거리도 멀어졌다.


✅ 불안을 마주하는 용기

내가 병원을 찾아간 건
한밤중에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숨을 헐떡였던 날이었다.
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니고, 특별히 충격적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.
단지, 몸이 스스로 반응한 것이다.

의사는 “불안장애의 초기 증상”이라고 했다.
이유 없이 불안을 느끼고,
그 감정을 억제하려다 오히려 몸이 경고를 보내는 거라고.

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.
‘아,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.’
단지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불안이
이제 밖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거였다.


✅ 내가 했던 불안 완화 루틴

1. ‘걱정 시간’ 따로 정하기
하루 중 10~15분을 걱정하는 시간으로 따로 정했다.
그 시간엔 마음껏 걱정하고,
나머지 시간엔 걱정이 떠올라도 “그건 걱정 시간에 하자”고 넘겼다.
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.

2. 몸과 마음 분리하기
숨이 가빠질 땐 “지금은 몸이 불안한 거야. 내가 이상한 게 아냐.”
이런 식으로 ‘나’와 ‘증상’을 구분했다.
감정을 내 존재 전체로 여기지 않는 것,
그게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첫걸음이었다.

3. 정보 제한
뉴스, SNS,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줄였다.
불안한 마음은 불안한 정보와 맞닿아 커지기 마련이다.
정보 절식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줬다.

4. 생각을 현실처럼 믿지 않기
‘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아’라는 생각이 들면
“이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일 뿐”이라고 중얼거렸다.
머릿속의 공포 시나리오를 ‘가짜 뉴스’처럼 취급한 것이다.


✅ 불안은 줄일 수 있다, 내가 해봤다

지금도 나는 완벽히 안정된 사람은 아니다.
여전히 밤마다 불안할 때가 있고,
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걱정이 쌓인다.
하지만 전과 다른 점은
그 불안을 ‘함께 가는 동반자’처럼 대한다는 것이다.

불안은 나를 지키려는 뇌의 본능적인 반응이다.
그걸 미워하거나 없애려 하기보다
“지금 나 많이 걱정하고 있구나”라고
조용히 안아주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됐다.


💬 마무리: 불안을 ‘문제’가 아닌 ‘신호’로 받아들일 때

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
“이거 나한테 해당되는 항목이 너무 많아…”
하고 느껴졌다면,
그 자체가 당신이 얼마나 자기 감정에 민감하고, 돌아보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거야.

불안장애는 부끄러운 것도, 감춰야 할 것도 아니야.
그건 그저 네 마음이 보낸 신호일 뿐이야.
그 신호를 들여다보고,
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싶다면
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정말 좋은 선택이야.

그리고 기억해.
너는 혼자가 아니야.
이 글을 쓰는 나도,
읽고 있는 너도,
우리 모두 불안 속에서 천천히 길을 찾는 중이니까.

 

불안장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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